오베라는 남자. 죽지 않으려면 죽을만큼 견뎌야해.

2019. 8. 9. 12:58영화

독일의 노동자가 창궐하던 시절 이야기 입니다.

오베는 아버지의 열차 수리 일로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아버지는 오베를 끔찍이 사랑하시는 유일한 가족입니다.

평화롭던 어느 날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열차사고로 돌아가시게 됩니다.

 

참담한 심경으로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오베는 자신의 집이 불에 타고 있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유일한 가족 아버지도 잃고 자신이

살아야 하는 집도 잃어 버린

오베는 죽고 싶을 정도의 고통이 찾아옵니다.

 

삶의 터전과 희망을 잃은 오베는

살기 위해 아버지가 일하시던 곳에서

잡역부로 살아갑니다.

 

삶의 의미를 잃고 지쳐

열차에 무임승차한 오베는 아름답고

배려심이 가득한 소냐를 만납니다.

소냐는 오베 대신 티켓비용을 지불합니다.

 

열차에서 내리며 그녀와 헤어지지만

자꾸 그녀의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잡았어야 하는 그녀를 반드시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오베는 소냐를 만나기 위해 처음 만났던

열차시간에 맞추어

열차를 수차례 타기를 반복합니다.

 

하늘이 내려준 기회인지

오베는 열차칸에 앉아 있는

소냐와 조우하게 됩니다.

오베는 티켓값을 되돌려주려고 한다며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합니다.

 

오베와 소냐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데 오베는 자신의 음식을 시키지

않습니다.

먹고 왔다는 핑계를 대지만 자신의 마음을

들킬까봐 모든 사실을 토로합니다.

당신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고

내가 먹을 돈은 부족합니다.

나는 군인도 아니고 열차청소부입니다.

우리 집은 불에 타서 무너졌습니다.

 

자신의 심장을 진정으로 사로잡은

여인에게 자신의 상황을

솔직히 말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오베는

그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런 오베에게 소냐는 키스를 합니다.

죽지 않으려면 죽을 만큼 견뎌야 해

 

인생의 막바지에서 소냐는 오베에게

삶의 희망이었습니다.

그녀의 따뜻한 눈빛, 부드러우면서 강한 내면은

어둠의 터널에서 오베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빛과 같습니다.

 

둘은 사랑하는 연인이 되어

결혼을 하게 됩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아이를 임신하게 됩니다.

 

행복도 잠시였을까요?

소냐는 만삭을 하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버스는 뒤집어져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집니다.

 

오베는 사고현장을 찾아가 그녀를 끌어내지만

소냐는 유산을 하고 다리의 감각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자신을 인생의 나락에서 일으켜 세워준 소냐를

이젠 오베가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교육학을 훌륭한 성적으로 이수한 그녀는

휠체어를 탔다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거절당하기 일쑤입니다.

 

문제 아이들만 모아 놓고 교육하는

학교에선 모든 조건은 맞아 떨어지지만

휠체어가 올라 올 수 없는 계단으로

문제를 삼습니다.

 

오베는 학교를 찾아가 계단을 보수해 달라는

손이 발이 되게 부탁하지만

학교의 반응은 미적지근 합니다.

 

독한 마음을 먹은 오베는

사람이 없는 밤에 학교를 찾아가

스스로 계단에 공구리를 쳐서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버립니다.

 

하늘도 인정해 준 노력 때문인지

소냐는 학교에서 교사역할을 하게 되었고

놀랍게도 교사를 놀리고 무시하던 문제아이들은

소냐의 인내와 사랑으로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차분한 아이들로 성장시켜 나아갑니다.

오베는 이런 사랑과 행복도 과분했던 것일까?

소냐는 어느날 오베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소냐의 장례를 치르고 마음속으로도 묻어야 하는

오베의 마음은 이젠 슬픔보다 세상에 대한 분노가

스믈스믈 치밀어 올라옵니다.

 

59세가 된 오베는

노인도 아니고 중년이라기엔 늙은 뚱뚱하고

심술궂은 표정이 가득한 까칠한 원칙주의자 입니다.

 

마을의 원칙을 정해 놓고 차량진입을 금지시킵니다.

차량이라도 들어오면 차를 박살 낼 듯이

혼구멍을 내주는 경비와도 같습니다.

 

홀로 지내는 오베는 소냐의 사진을 바라보지만

이젠 상처로 얼룩진 삶에 지쳐있습니다.

항상 분노로 가득찬 얼굴로 다녀 친구도 없고

오로지 홀로 조용히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합니다.

 

이제는 생을 마쳐야 할 때라 생각하고

생각했던 것을 실행에 옮기려 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를 방해하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차량을 가지고 와서 오베의 우편함을 들이 받는

이웃을 만나게 됩니다.

 

이웃 파르바네는 까칠한 오베를 이상히 여기지만

그의 숨겨진 따뜻함을 발견하고

그에게 쿨한 모습으로 다가가 천천히 배려섞인

친절을 베풀어 줍니다.

 

파르바네의 인내심도 한계였는지

나이도 한참 많은 오베에게 질타를 쏟아냅니다.

 

오베의 과거사를 듣고

그의 슬프고 아픈 기억들을 알게 된 파르바네는

오베를 이해하게 됩니다.

 

마주한 집으로 두 이웃은 이웃으로 필요한 부분을

서로 돕습니다.

오베는 파르바네에게 운전을 알려주고

오베는 그녀의 따뜻한 요리를 건네 받습니다.

 

임신한 파르바네는 오베 덕분에 건강히 출산을 하고

그 둘은 이웃으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돈독히 지냅니다.

 

생을 놔버리려는 선택 하려 했던 오베에게 다시금

실낱 같은 희망이 되었던 파르바네는

오베에겐 어린 시절 아버지, 젊은 시절 소냐와

같진 않지만

삶의 희망으로 봤을 때 다시 만난 빛과도 같습니다.

 

파르바네와의 헤어짐은

오베 자신의 사망이었습니다.

 

인간 한 명의 캐릭터가 탄생하기까지

인생전체를 조명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언젠가 다가올 모든 이별을

생각한다면 마음 쓰리고 아프지만

우리는 오베를 통해 희망을 생각하고

사랑을 나누며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여겨야 할 것입니다.

 

인생은 고단하고 아프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작은 빛으로 우린 살아가는 것입니다.